먹고살기.
이 단어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어디라고 안 다르겠냐 만은.
먹고 살기. 무언가로 먹고살기. 과학으로. 과학으로 먹고살기.

과학을 좋아하게 된 건 초등학생 때였다. '물리학'이란 것을 처음 접하게 되고, 멋지다고 동경하게 된 건 중학생 1학년 무렵이다. 그리하여 어찌어찌 공부해서 물리학과에 들어가고 물리만 생각하다가 졸업하게 되었다.

그 리고 졸업이 얼마 안 남은 즈음- 부터 처음으로 취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했었다. '생활'은 돈 없이는 되지 않는다. 학부 졸업인 햇병아리에게 연구자는 이상이고 당장 처한 생활고는 현실이다. 매일같이 편의점 빵을 먹고 잠을 참아가며 공부했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로 영양 문제로 몸이 상하거나, 심하면 약해진 몸과 부족한 수면으로 죽을 수도 있겠지. 연구가 현실이 되면 그것이 '온전한 생활'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돈이 필요하다. 밥을 사 먹고 집을 살 돈이.

누 구나 돈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지금 석사 과정생들에게 주는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방세를 내고 나면 밥 먹을 돈이 없다. 밥을 먹으면 방세를 낼 수 없다.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집은 멀다. 하루하루 손톱만큼이나마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싶은 미숙한 대학원생의 연구는 밤늦게까지 계속된다. 알바를 하면 연구시간을 빼앗긴다. 다른 것에 시간을 빼앗기다가 제대로 된 논문을 쓰지 못 하는 건 굶는 것보다 두렵다.

석 사 2년. 재대 후 3년 반을 랩 생활과 수업으로 버텨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결코 짧지 않다. 난 2년을 '더' 버티는 게 아니라 '총' 5년 반을 제대로 못 먹고 못 자며 버티게 되는 셈이다. 졸업을 앞둔 지금 내 몸과 정신은 이전만큼 건강하지 않고, 이대로 밀어붙였다간 무너질 거다. 나는 많이 공부했지만, 만족할 만큼 하지 못했다.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더 하고 싶다. 물리를 더 알고 싶다. 그렇지만 돈이 없다.

나는 과학으로 먹고살기를 포기하지 못한다. 계속 눈에 밟힌다. 하지만 억지는 부리지 않으려 한다. 우선은 다른 것을 배울 생각이다. 날 배불리 먹여주고, 따뜻한 곳에서 재워줄 기술을 배우려 한다.


나에게도 삶이 있고, 과학자도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혹자는 과학에 삶을 바칠 각오가 없으면 못 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삶을 바치고 싶다. 그래서 삶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허덕이면 과학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 아닌가. 뉴턴도 경제적으로 여유로웠고, 아인슈타인도 과학자가 되기 앞서 변리사라는 직업을 얻었었다. 패러데이는 배우고 싶은 욕심에 제본 기술자가 되었었다. 패러데이 처럼. 과학의 선배들 처럼 과학에 가까이 있으며 삶을 살다보면 기회가 날거야. 내가 손에서 놓지 않으면 기회가 올거야.


나는 학위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석사도 박사도, 교수도 목적이 아니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 나는 과학을 하고 싶다. 과학으로 먹고 살고 싶다. 아니, 먹고 살며 과학하기 라도 하고 싶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