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 겉으로는 성을 금기시하는 체하며 국민들을 훈도(訓導)해 나가려는 사회에서는 자연히 성과 관련된, 혹은 그런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단어들을 비속화시킨다. 그리고 그런 범주의 담론이나 창작물에 대해 어쩐지 고상하지 못하고 천박한 것 같은, 심지어 죄스러운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든다. 또한 성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척 하는 것이 마치 교양의 척도가 되는 것 처럼 인식되게끔 은근한 압력을 가한다. 그런 사회일수록 지도층 문화인들은 스스로 완벽하게 도덕적이지도 못하면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완벽하게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한다. 그들이 강요하는 삶은 육체적이지도 않고 정신적인, 즐겁지 않고 무미건조한, 솔직하지 못하고 내숭스러운, 개인주의적이지 않고 전체주의적인 삶이다.


-마광수 <한국 성문화의 현황 및 진단>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