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기 검은 장미

센텔 2012.02.06 00:07 조회 수 : 512

습작.



12시 30분. 이제는 시계를 보지 않아도 이 시간쯤엔 밖을 나서게 된다. 집에서 수 걸음을 나서면 어머니께 물려받은 작은 흑장미 정원이 보인다. 하늘을 보니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 햇빛이 들지 않으면 장미가 시들텐데. 걱정이 된다. 정원의 모퉁이에 정원 손질도구함이 보인다. 50여년 전, 어머니꼐서 정리시던 바로 그 방법이다.
당시 10대 소녀였던 나는 어머니를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다시 어머니는 사고로 아버지를 여읜 뒤 가족외의 모든 인연을 끊고 집 안에 틀어박혀서 앞마당의 장미밭만 가꾸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깟 장미에 인생을 허비하다니. 어머니는 애써 키운 장미를 팔지도 않고 계속해서 심고 키우기만 했다. 난 그런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2년쯤 지났을까, 난 어머니께서 키우는 장미의 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처음엔 분명 평범하게 붉은 색이었는데, 어느샌가 그 붉은 빛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난 처음으로 어머니께 정원일을 하시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내 질문에도 어머니는 빙긋 웃기만 하고 정원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장미의 색이 점점 짙어지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어머니는 내가 장미들을 보고 있다는걸 알고 기뻐하시는것 같았다. 그제서야 어머니는 일을 멈추고 내 곁에 앉았다.
"에슐러, 난 알고싶은거야. 검게 타버린 것 같은 내 마음이, 실은 붉은 빛이 가득 들어차서 검게 보일 뿐이라고. 붉은 색이 들어차다 못해 검게 변해버린 흑장미와 같이, 내 마음도 실은 무언가로 가득 차 있을 뿐이라고."
지금 생각해봐도 어머니는 나이에 비해 굉장히 감수성이 깊은 분이었다. 당시엔 나 역시 감수성의 노예인 10대 소녀였고, 어머니의 말을 듣고 깊게 감명받아 정원일을 돕기로 했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그 후 나는 어머니께서 완성하지 못한 흑장미를 만들고 있다. 좀 더 짙게. 좀 더 짙게. 어머니의 맘속에 짙에 사무쳤던 슬픔을 이해해주지 못한 어린 나를 대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