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9
항상 고민하고 찾던 것은 바로 눈. 바라보는 방법. 관점이었어.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얼마나 뿌옇게 보이는지, 넌 알고있니? 한 뼘도 안 되는 곳 까지, 책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도 집중하고 있는 단어 외의 글자들이 흐릿하게 보이는 지금을 기억하고 있니?
안경이란건, 대단하고 또 무서운 도구야. 벗고 끼는 것 만으로도 세상이 아주 다르게 보이거든. 우리 눈에 들어오는 '상傷'이란건 그렇게나 쉽게 변해.
언제나 안경은 눈이었지. 벗으면 흐린 세상을 교정해주는 안경. 다른 이들이 보는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도구. 이젠 그것을 눈 안에 집어넣어 벗을 수 없게 해버리는 거야. 아주 편리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안경'을 상징적으로 끼게 될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어. 넌 어떻게 하고 있니?
지금의 넌 내가 보고 있는 이런 세계는 볼 수 없겠지. 그것은 좀 걱정된다. 안경없이 맨 눈으로 바라보던 세계를 기억하기를. 아무런 도움 없이 내 눈으로만 바라보는 세계가 얼마나 혼탁하고 흐릿할 수 있는가를 기억하기를. 그것이 너의 '오리날'이잖아? 누구도 볼 수 없는. 네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세계. 경계는 사라지고, 형상은 녹아들어. 너와 나의 거리가 의미 없어지고 느낌만이 존재하는 세계.
모험이지. 벗어나는, 나라는 고향으로부터도 벗어나는, 그런 모험.
그러나 이 수술이 맘에 드는것은, 눈을 아에 깎아내는 것이 아니어서. 원한다면 렌즈를 빼버려서 지금의 - 시력이 매우 나쁜 상태로 - 유사한 형태로는 복구될 수 있다는 점이야. (물론 그런 짓을 쉽게 하진 않겠지.)
교정되어, 또렷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 또렷함이 정말로 '진실된 세상'인지 아닌지 - 그조차도 의심할 수 있는 지금의 나에게 넌 뭐라고 할 것인지?
물론 아직 렌즈가 도착하지 않아 오늘 수술만으로 완성이 아니겠지만. 아무튼 '변형'을 가하는 것이니 지금과는 다르겠지.
눈 안에 만드는 작은 주머니.
그곳에 담긴것은 '안경'임을. 결코 잊지 말아라.
그걸 위해서도 - '심리적 안정이니 뭐니 하는 핑게를 통해' - 안경을 계속 낄 의지가 네게 있을지. 혹은 그런 상징물이 없어도 잊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지.
하긴, 결국 어떤 생각으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내면의 센텔은 분명 품고 있을 테니까. 이미 한 번은 죽은 너 이니까. 영원하리라 믿는다.
그 눈을 기억해줘.
그 상을 기억해줘.
그리고 이젠, 변명 없이. 그러나 보이지 않아 집중하지 못해 내려놓고 떠올린 잡념들을 사랑한 채로 또 가자.
오늘도 어제보다 크게 변했고. 한 주 전보다 성장했으며, 한 달 전에 비해서는 몰라보게 진화한 나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나 변하고 있다.
과거로부터 되세겨왔듯이, 프리델이 조언했듯이. 두려움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