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1
발바닥에 느껴지는 젖은 모래. 반복적으로 다가왔다 멀어지며 점점 후퇴하는 파도. 그 파도의 움직임 속에서 지워져가는 발자취. 구름에 가려졌다가 다시 떠오르는 달.
"발자국의 깊이는 무엇을 의미하니?"
"어째서 네 발자국의 깊이은 들쭉날쭉 한거니."
걷던 발자국은 얕게, 한 번 만에 파도에 쓸려갔다. 그러나 이내 발돋음하며 뜀박질하는 소녀가 남긴 발자국은 깊게. 깊이 모래사장을 파헤치고 있었다.
발자국의 깊이는, 나아간 속도구나. 박차고 나갈수록 강하게 흔적이 남는구나.
그때 소년이 되물었다. ‘넌 흔적을 남기고 싶은거니, 남기지 않고 싶은거니?’
바다가 알려준 것은 그것의 방법이었구나.
그때 달이 비웃듯이 ‘그래 봤자야.’고 속삭인 뒤 노래한다. 노래했다.
12.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