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7
피곤하단 핑게로 시험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냥 하지 않았다. 땡땡이다. 직무유기, 본분을 다하지 않음이다.
이것은 어리광인가? 여태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도망치는건가? 아니 그 가운데서도 한 가지 흐릿한 찝집함이 날 붙잡고 있었다. 피로는 핑게다. 난 그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인간은 아니다.
그리고 정말로 시험을 망쳐버린 이후, 그 덕분에 다시 떠올렸다. 내가 왜,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나는 자만하는 사람이다.
그건 내가 무언가를 잘 한다던가, 내가 다 옳다는 식의 자만이 아니다.
내가 바라본 길에 대한 확신으로서의 자만이다. 내가 보고 있는 길은 분명 내가 가고 싶은 길이다. 소년은 눈을 떼지 않는다. 소년은 눈을 떼지 않는다.
'팔리는 것!' 시장의 눈치를 보며 쓴 글이 무슨 놈의 문학이냐.
'뽑힐만한 짓!' 언론 등의 속임수와 각종 술수를 써 얻은 지위가 무슨 놈의 권력이냐.
어린 난 그것을 인정하지 못 했다. 어린 난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현상을 설명한다.>
<그것은 이 현상의 이유이다.>
<그것은 이 세계의 본질이다.>
밝혀낸 '사실'은 누가 밝혀냈냐 하는 권위와는 관계가 없다. 일류대학 교수가 밝혀내지 못 한 것을 중졸 아마추어가 밝혀내지 못 하리라는 법이 없다. 어디에 살든, 인종이 무엇이든, 학벌이 어떻게 되든 그것은 관계가 없다.
그것이 정말이라면 이해되는 길. 과학.
그래서 과학을 하기로 했다. 점수나 진로 따위는 사소한 일이다.
인간과, 사회의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진화. 내가 살아내려는 이야기는 단순히 내 개인의 성공담도 아니다. 나를 포함한 당신들 모두를 움직이는 이야기. 그 이야기의 씨앗을 완성하여 풀어두는 것.
그 한마디와. 이 이름을 완성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