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에 관하여.

2013-06-12

어린 날, 그러니까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그땐 매 순간 후회를 하고 자책을 하는 아이였습니다. 자신과 관계된 일은 물론,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지 않다 해도, 내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탓 - 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시험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초등학생 시기를 지나, 중학생이 될 무렵엔 잘 모르는 보기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 문제가 틀리면 심각하게 후회하곤 했습니다. 왜 저것을 고르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워 하면서.

하지만.. 어느 시점 부터 상황이 변했습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책이나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여러가지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관찰해 왔었는데. 전엔 생각하지 못 했던 문장을 하나 읽었던 것이지요.

“그 때의 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저에겐 충격이었습니다. 이 문장은 이렇게도 읽혔습니다.
“그 땐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땐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답을 몰랐으니, 이 답을 고를 능력이 없었다.”
“모든 상황에서 난 최선이었다.”

이 생각은 후로 조금씩 확장되었습니다. 게으름을 피운 것 조차 ‘그 당시의 최선’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집중되지 않았는 걸.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는 걸. 이건 후에 좀 조정되긴 합니다만..

그리고 글쓰기를 하게 되면서, 어떤 사건도 이야기의 소스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주 싫고 나쁜 일을 겪으면 - 주인공에게 시련을 겪게 할 수 있고. 그 심정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더군요.

이런 생각들을 토대로, 하나의 자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떤 내게 닥쳐온 나쁜 일도, 떠오르는 슬픈 생각도 글쓰기의 소스가 된다. 또 모든 선택은, 그 당시의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니 후회할 것은 하나도 없어요.당시의 난 부족했다.어쩌라고!”

이 생각은, 이전에 가진 ‘모두가 내 탓’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무너질 것 같은 큰 실패를 겪을 때 큰 버팀목이 되어줬습니다. 매사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뻔뻔한 일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만 - 위기가 닥쳤을 땐 좋은 버팀목이 되는 아이디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자세는 새로 배운 것이 무엇인지 잘 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예전엔 무엇을 몰랐는지.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험은 기회 비용이었으며,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얻었으니. 해피앤딩. 해피앤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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