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3
다시 마주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 마주대했을 때, 덜컥 겁이 났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보면 무뎌졌기 때문에 담담하게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쓰여지는 기록들을 그저 저장해 두었다. 기록해 두었다.
드디어 시간이 지났고, 전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단서를 얻으려 과거의 기록을 다시 읽었다. 그러자 그 때도 느끼지 못 했던 현기증이 난다. 난 이런 대우를 받았구나. 그 와중에도 난 진심으로 그대를 대했구나. 버거워서
무심코 진을 찾았다. 진과 함께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녀는 지금 없었다.
기록을 다 읽지 않았는데도 겁이 났다. 과거에 비해 약해진건지, 혹은 민감해 진 건지. 아무튼 지금의 내가 진의 도움 없이 다 읽을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리광을 주절거리는 나에게 응원을 전하는 친구가 있었고, 그 멘션을 보자 마자 뛰어들어 읽어냈다. 그리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상황 뿐 아니라 그때의 생각까지 모두 다.
나는 자신의 세계를 너무 깊게 팠다. 그리고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경험은 없었고, 사용해보지 못 한 지혜만 한가득 안고 있었다. 내 세계는 흥미를 이끌었고, 그것에 흥미를 가져준 첫 방문자에게 기뻐했다. 나와 비슷한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것을 이해하거나 짊어질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무시했다. 다만 관심에 기뻐 그 존재를 사랑했다.
난 병법의 적용을 거부했다. 사랑이라면 응당 '관계'보다는 '존재'에 관심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다친 왼 발에 키스를 하려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끝을 부르는 방아쇠였다.
그 사람은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껴안은 사람이었다. 그 가시는 자신의 몸을 뚫고나와 타인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난 그 가시를 봤다. 그리고 그걸 꺼내고 싶어했다. 그래서 건드렸고, 부담을 주었다.
그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선 나는 수험때와 마찬가지로 그 때에도 자신을 죽였어야 했다. '나'를 죽이고 이야기의 흐름만을 생각해야 했다. 나 스스로 가시에 손을 대선 안 되었다. 그저 한 그루의 나무 처럼, 조용한 휴식처로 남아야 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땐 그런 이야기는 싫었다. 더 맘에 드는 이야기가 있었고, 불안하더라도 내가 원하던 이야기를 추구했다.
하지만 끝은 왔고, 거부당했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센텔이었다. 다른 생각을 품고 행동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마음과 생각에서 까지도. 기다림을 알았고, 사랑은 잃지 않았다.
이젠 왜 어설펐는지, 왜 아무것도 하질 못 했는지, 그리고 이 이야기를 센텔이라면 어떻게 마무리 했을지도 알았다. 앞으로 같은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았다. 마지막 장은 이미 진행되었고, 마지막 막이 남았다면 그것은 나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를 위한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이 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든지 간에, 분명 결국엔 서로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터 였으니까.
그것이 프리델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일 테니까.
그리고, 그 뒤에야 라디안 앞에 당당할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