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3
Data _ 땅에서
“공책 예쁘다. 쓰기 아까운데…….”
그의 손은 여러 알록달록한 공책들이 꽂혀있는 책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드디어 하나를 빼어들었다.
“하늘이라…….”
그가 고른 그 공책은 옅은 구름이 높게 펼쳐져 있는 가을 하늘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는 하얀 원통형의 연필꽂이를 뒤적거려 찾아낸 검은 네임펜으로 그 공책의 오른편 아래쪽의 귀퉁이에 크게 이름을 써 놓고는, 검고 단순한 디자인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아쉬운 졸음기를 쫓기 위해기지개를 펴고서 그의 방 오른편에 뚫려있는 조그마한 창문을 열어젖혔다.
철조망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러 들어와 몸서리치게 한다. 그 뒤로 멀리 하늘이 보인다.
“학교 늦겠다. 빨리 안가고 뭐하니?”
“아, 네. 가요.”
어머니의 독촉에 투덜거리면서 푸른빛이 옅게 도는 검고 긴 코트를 걸치고 예의 먼지가 잔뜩 묻은 검은 가방을 집어 들어 오른쪽 어께에만 꽤나 성의 없게 걸쳐들고서 문을 나섰다.
찬바람이 먼저 반겨 또 다시 옷깃을 여미게 한다.
장난스럽게 입김을 내며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새삼스럽지만 하늘은 정말 넓다. 방에서의 작은 창문으로는 자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밖으로 나와 하늘을 쳐다보니 기다랗고 재미있게 생긴 구름들이 참 많다.
저 드높게 펼쳐진 넓고 깨끗한 하늘 속에서 계속해서 흘러가며 그 모양이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이 꼭 누군가가 흰 구름을 휘저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뭉쳐지듯 하다가도 풀어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알 수 없을 듯 하다가도 가끔 익숙한 형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이렇게 하늘을 느긋이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저 높은 곳에 그림을 그려놓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기분이 좋다.
“어이, 뭐해?”
그때 그 보다 조금 더 키가 큰 아이가 다가와 그의 등을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아, 안녕.”
“학교가다 말고 여기 서서 뭐해? 빨리 가자.”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답했다.
“알았어. 같이 가.”
시내로 나가자 사람들의 서두름에 붐비고 있었다.
“아, 버스 안 오나.”
붐비는 아침 속에서 바쁘게 서두르는 차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물결을 만들어 낸다.
마치 구름처럼…….
“조금만 더 늦으면 지각인데…아! 저기 온다. 뭐해 임마, 버스 온다니까.”
“알았어, 임마.”
그때까지도 멍하게 구름의 움직임을 보고 있던 그는 친구의 재촉에 이끌려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는 예닐곱의 사람들을 더 태운 뒤 ‘부우웅-.’ 하는 엔진 음을 내며 출발했다.
버스 안은 만원인지라 몹시 비좁았다.
…버스 안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땅 같은 천장에는 버스노선과 광고들 따위의 것들만이 보일 뿐이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혼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거나 그 일행들과 잡잠을 나누고 있다.
혹은 그저 멍하게,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정거장에서 내려 이미 눈에 보이는 학교를 향해 별생각 없이 걸어갔다.
그들이 학교에 거의 다 도달했을 때, 그의 눈에 또 다시 하늘이 비쳤다.
구름은 아직도 훤칠한 하늘 속에서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넓구나…….“
푸른 하늘 사이로 듬성듬성 하늘보다 더 높이 뜬 듯한 구름들이 잔잔히 흐르는 사이, 시원스럽게 난 그 사이로 멈춰선 듯한 푸름도 흐르고 있다.
“으앗?”
하늘만 바라보며 걷다가 앞에 있던 돌멩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져버렸다.
“어이쿠…….”
“하하하! 바보. 아직도 교문 앞에서 넘어지냐? 너 오늘 왜 이래?”
옆에서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웃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시끄러.”
그는 무릎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일어났다.
“젠장할!”
그 돌멩이를 차버리며 그가 투덜거리자 그의 친구가 옆에서 낄낄거리며 대꾸한다.
“그만 떠들어. 나까지 창피하게……. 이런, 시간이! 너 때문에 지각하면 지각비는 니가 대신 내!”
“알았어. 뛰기나 해."
그들은 바쁘게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이미 하늘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었다. 단지 ‘지각하지 않았으면’할 뿐.
하늘의 구름은 그때까지도 조용히 흘러가고만 있다.
ps.
태어나서 처음 써 본 소설. 중1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