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러나 시인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2011-11-26

미어짐이 복받쳐도
눈 앞에서 눈을 땔 수가 없을때면
미지근함을 삼키며 스스로를 억제하며
되뇌였다.

펴지 못하는 날개도 날개라고
만나지도 못한 하늘을 그리워 하는데
우리는 하늘을 날기 위해
우리의 날개를 접는다.

아니, 우리는 날개를 접은 것이 아니라
번데기마냥 싹이 오르길 기다리는 것 뿐이다.
언젠가는 베르길리우스의 길동무가 되어
베아트리체의 애인이 되어
기탄잘리를 흥겹고, 자유롭게, 자유롭게
그 옆에 딸려오는 선지따위 없어도
즐거이, 끝끝내, 끝끝내
시인들을 욕먹이는 지문으로서의 것이 아닌
노래를 노래로서
부르리라, 읊조리며, 마음껏 미어짐을 즐기리라.

ps.
시인들이 아무리 징징거려도, 결국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옛 부터 우리의 시대를 비판하고 경계했지만, 결국 그 흐름을 막지는 못했고, 우리는, 죽지 않는 이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야만 한다.
아무리 외로워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며
차라리 홀로 있고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아무리 아파도 움직여야만 하며
아무리 들떠있어도 행할 수 없는.

우리는 사랑이 없이 욕망만이 감도는 도시를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종이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였고, 언제나 그러했듯 친구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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