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1
응. 그 시기의 바람을 기억하고 있어. 침대 위에 서서, 얼어붙은 창문의 얼음을 깨고 드륵드르륵 열어재꼈을 때 창 사이로 매차게 들어온 차가운 공기. 그게 너무 좋아서, 따스함 이상으로 너무 좋아서. 물론 오래 열어두면 추워지는건 싫었지만. 잠깐의 차가운 공기는 너무 좋아서. 얼음이 너무 두꺼워지지 않도록 계속 얼음을 깨곤 했었어.
여름의 바람도 기억이 나. 침대에 누워서 멍 하게 쇠창살 밖의 구름을 볼 수 있었어. 아파트에 가려서 많이 보이진 않았지만. 가끔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도 볼 수 있었어. 일반 비행기가 아니라 전투기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비행기였지만.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다가도 도중에 질릴때면 침대로 일부러 몸을 세게 던지곤 했어. 문과 침대는 일직선상에 있었는데, 가끔은 문 밖으로 나간 뒤 침대를 향해 뛰어 오르기도 했었어. 즐거웠지.
바람은 언제나 함께였어. 기관지가 좋지 않아 바람을 오래 쐬면 기침이 나곤 했지만, 그럼에도 즐거웠어. 기침은 내 속에서 불어나오는 바람. 난 바람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어. 공기의 흐름. 어떤 것의 바람으로. 그렇게 기침조차도 뜨겁게 끊어내고. 가끔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응. 기억하고 있어. Cerr. 구름의 모양을 본딴 너, 바람에게 지어준 이름. 난, 널 세르라고 불렀지.